글
잠은 어느 순간부터 존재했다.
다른 이들이 그의 존재를 알아챈 건 그가 시간을 삼키기 시작한 지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시간은 이미 절반이나 잠의 소유가 되어 있었다.
의식은 잠의 횡포를 막으려 노동과 여가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잠은 피로의 힘으로 그들을 간단히 제압했다.
이제 의식이 믿을 것이라고는 빛밖에 없었다.
빛은 강력했지만 그들의 틈에 끼어 싸우기 싫었고, 그렇다고 시간의 균형이 깨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빛은 잠에게 자신의 시간만 침범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잠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미 의식과 싸워 힘이 약해진 잠은 빛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잠은 빛이 없는 시간만을 지배하게 되었다.
물론 가끔 빛이 한눈파는 틈을 타서 빛의 영역을 침범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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